블로그와 패러다임

춤추고, 말하고, 그림 그리고, 조각하고, 글 쓰고, 사진 찍고, 동영상을 찍는 등의 행동은 그 자체로 남이나 스스로의 생각에 영향을 주기 위해 행해진다. 혹여나 그 행위가 아무런 의도가 없었더라도, 그걸 접한 사람이 자발적으로 영향을 받아낸다. 여기서 영향을 받으면, 결과적으로 패러다임(paradigm) 또는 프레임(frame)이 변한다.

패러다임과 프레임은 모두 생각의 틀이다. 이 두 가지에 대해 인식하고, 그걸 바탕으로 사고와 논리를 전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막상 우리 사회에서는 이에 대해 배우기가 너무나 어렵다. 과학, 철학과 관련된 책에서는 물론이고, 이런 분야의 교육이나 팟캐스트에서도 패러다임과 프레임에 대해 다루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다양한 생각의 틀을 가르치기 위한 조직인 학교에서도 패러다임이나 프레임에 대해서는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이것은 매우 큰 모순이다. 그 덕분에 본능적으로 이것들에 대한 감을 갖고 있는 학생이나 주위 사람들에게 이걸 배워 아는 학생만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게 된다. 결국 그런 학생만 성적이 잘 나오게 된다.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서두르다가 철근을 넣지 않고 벽돌만 쌓아서 집을 짓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과 같다. 큰 집을 짓는 것은 애시당초에 불가능하고, 다 지었더라도 지진이라도 일어나면 버티기 어렵다. 우리 교육의 시초가 공장 작부를 길러내려는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 영향은 지금도 명백하게 남아있다.

그 예는 SBS ‘영재발굴단‘이라는 TV 프로그램에서 2015 년 4 월 22 일에 세계에서 IQ가 높은 사람 몇십 명만 가입할 수 있는 모임에 가입했다는 IQ 175인 사람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프로그램 PD는 IQ와는 전혀 상관없는 섞인 카드 한 벌의 순서를 외워보라는 얼토당토 않는 과제를 내주고, 당사자는 그것을 다 외우고는 한 벌을 더 외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한다. TV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과 천재로 나온 사람 모두 천재를 암기력이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틀린 프레임을 갖고 있어서 벌어진 헛짓거리다. (영화 <레인맨>에서 심심풀이로 전화번호부를 절반쯤 외우는 주인공 형(자폐증 환자)을 누가 천재라고 말하겠는가?) 이건 당연히 식민교육관의 영향이 남아있는 것이다. SBS ‘영재발굴단’은 천재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생활의 달인 도박사 편’이 아닐까? 이런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 학교의 교육방법을 전반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하루빨리 교육방법을 바꿔야 할 것이다. (평가방법을 100% 오픈북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패러다임과 프레임은 우리사회 전반, 그리고 한 사람의 모든 생각을 이야기한다. 똑똑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있는 패러다임과 프레임을 효율적으로 인식하고, 그에 맞춰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출중한 사람을 천재라고 부르는 것일 터이다. 패러다임과 프레임에 대해서 알고싶다면, 패러다임에 대한 개념과 용어를 처음 소개한 책,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를 읽어보자. 참고삼아 적자면, 여러 가지 뜻에서 결코 쉬운 책은 아니다. 조금쯤은 쉬운 책을 원한다면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이나 스티븐 코비 박사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읽어보자. 도움이 조금은 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선 패러다임과 프레임의 차이를 알아둬야 할 것 같다. 프레임은 작은 규모에서 통용되는 생각의 틀이다. 작게는 개인, 크게는 지역사회나 한 대기업에 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생각의 틀이다. 또는 중요하지 않은 대상에 대한 생각의 틀도 프레임이라고 부른다. 프레임을 설명할 때 가장 보편적으로 드는 예가 물 반 잔에 대한 태도이다. 똑같은 물 반 잔을 보고도 어떤 사람은 ‘반 잔이나 남았네!’라고 생각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반 잔 밖에 안 남았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는 은연중에, 그러나 매우 크게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상대적으로, 프레임보다 더 큰 집단 안에서 나타나는 생각의 틀이나 중요한 생각의 틀을 패러다임이라고 부른다. 패러다임은 보통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대부분 법칙이나 이론 같은 이름이 붙어있거나, 용어가 정의돼 있다. ‘패러다임’과 ‘프레임’도 이름이 붙어있다는 것은, 이것들이 패러다임이라는 걸 뜻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패러다임은 진화론, 상대성이론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패러다임과 프레임은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서, 김치가 어느 정도 발효가 됐을 때 익었다고 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의 틀이 있을 때, 이걸 프레임이라 불러야 할까, 패러다임으로 불러야 할까? 보통 주부들에게는 이건 프레임이다. 그러나 김치공장을 운영한다거나 김치를 유통시키는 사람에게는 패러다임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패러다임과 프레임은 옳고 그름을 뜻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패러다임이나 프레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문을 모두 닫고서 선풍기를 켜놓고 자면 죽는다던지,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자면 죽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옳은 지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프레임에 속한다. 과학의 진화론과 신화의 창조론은 내용을 살펴보면 둘 중 적어도 하나는 틀릴 수밖에 없지만, 모두 패러다임이다.

때로는 언어의 차이가 프레임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말의 ‘우리’를 영어로 번역하면 어떻게 될까? ‘our’라고 단순히 생각하기 쉽지만, 때때로 ‘my’와 같은 뜻이 된다. ‘우리’에 해당하는 낱말은 모든 언어에서 보편적으로 말하는 이와 듣는 이를 포함한 집단을 뜻하지만(우리 = 나 + 너), 우리말의 ‘우리’는, 이 뜻 이외에도, 듣는 이는 빠진 채 말하는 이와 제3 자를 포함하는 뜻(우리 = 나 + 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이 낱말의 차이는 우리민족이 서양인과 비교해서 더 집단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사고체계를 갖도록 만들었다.

 

이처럼 패러다임과 프레임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런 예는 끝도 없이 많다. 패러다임과 프레임은 상당히 어려운 개념이기 때문에 짧은 설명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이 글에서는 이정도에서 이야기를 끝내자.

 

아무튼, 패러다임과 프레임은 많은 정보를 접할수록 바뀌기 쉽다. 그래서 교통이 발달할수록, 통신이 발달할수록, 우리 사회는 패러다임과 프레임이 더 빨리 바뀌어왔다. 오늘날에는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속도보다도 패러다임과 프레임이 생기고, 바뀌는 속도가 더 빠르다. 그래서 결국 모든 자료를 분석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프레임을 만들거나 받아들이는 건 불가능해지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과거의 사람들보다 좀 더 현명해져야 할 필요성이 있다. 즉 접한 모든 정보 중에 중요한 것만 고르는 일을 우선 하고, 그 정보를 깊이 있게 탐색하여 프레임을 만들거나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남에게서 배우거나…..

 

아무튼, 글, 사진, 동영상, 소리를 공개하기 위해 만들어지는 (이 블로그를 포함한) 웹사이트는 방문한 사람이 새로운 패러다임이나 프레임을 접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다. 따라서 이 글을 읽는 분이라면, 접한 컨텐트에 밑바탕으로 쓰인 패러다임이나 프레임이 어떤 것인지 유의해서 살펴봐 줬으면 좋겠다.

 

이 블로그에는 주로 이런 종류의 컨텐트가 앞으로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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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다뤄지는 컨텐트는 같은 소재나 주제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분류에 따라서 각기 다른 시선이 있을 수도 있다. 이에 유의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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